2008년 02월 24일
요염한 운중 기담 / 1
본 소설은 실제 인물과는 별로 관련이 없을 수도 있지만, 실제 사건이나 행사와는 관련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요염한 운중 기담 / 1
- 로스나힐
화창한 날씨에 주말이라, 게다가 코믹월드까지 열리니 운중이란 놈에게는 이보다 더 옷 입기 좋은 날이 없었다. 옷가지를 한 아름 싸들고 집을 나서는 운중의 얼굴은 마치 하회탈을 뒤집어 쓴 듯 벙글벙글했다. 화장도구와 여러 장식이 들어간 가방까지 메어 어깨가 내려앉을 법도 한 모양이었지만, 별로 대단치도 않은 빈약한 몸이 공중으로 방방 떴으니 얼마나 즐거운 지 알 법도 한 일이다. 꼭 짐을 가득 싣고 뽈뽈거리며 달려 나가는 말라비틀어진 조랑말의 꼴이었다. 곁눈질로 쳐다보는 사람들이 피식피식 거릴 여지가 충분한 꼬라지를 하고 있는 주제에, 운중의 두 눈은 어느 때보다 힘차게 빛나고 있었다. 실제로 집을 나서는 길에도 아버지라는 작자에게 또 한소리를 들었지만, 어찌 그의 기세를 꺾을 수 있었으랴. 그 대화라는 게 이랬다.
“아니 너라는 노무 자식은 그 나이를 처먹도록 만화 캐릭터나 따라하고 다니는 게 꼴사납지도 않느냐?”
“아버지, 저처럼 타고난 외모를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튀는 것이 본분인 것입니다. 제 앞길에 태클을 넣지 말아 주소서.”
그렇게 말대꾸 한 마디를 던진 운중은 단걸음에 밖으로 나가버린 것이었다. 아버지는 기가 막힐 법도 했지만, 벌써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이 5년째가 되다보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는 아침을 먹으러 가버렸다. 어머니라는 사람도 언젠간 지 정신을 차릴 테니 그냥 내버려 두라는 말이나 하며 아침상을 차려주니, 고삐 풀린 망아지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부모님의 간섭까지 떼어놓은 이 고삐 풀린 망아지 놈은 심심치 않게 손수 바느질해 만든 옷을 가지고 여러 행사에 참여하기를 즐겨했는데, 그래 그 행사라는 것이 공원 한복판에서 좋아하는 캐릭터 옷을 입고 사진이나 찍는 짓이라는 걸 정확히 알았다면 부모님이 좀 더 열심히 말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헌데 운중이란 놈이 집에다가 말하기를 이런 옷을 입고 사진을 찍기는 찍는데, 공식적인 스튜디오나 야외촬영에 모델료까지 받고 있다고 했으니 그 옷 입는 꼴이야 어찌 되었든 부모 입장에선 그리해서 모델이라도 된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무튼 오늘도 무사히 코믹월드를 향해 출두하게 된 운중은 지하철 한복판에서 정성스레 옷가지를 손질하고 있었는데, 멀찍이서 그의 모습을 발견한 나비라는 년이 쫄레쫄레 달려와 말을 걸었다.
“운중 오빠 안녕!”
심하게 귀엽지도 않고 심난하게 못생기지도 않은 중딩년이 단걸음에 지하철을 내달려와 귀여운 척 하면서 말을 거는데 조금은 귀여워 보였으니, 주위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공공장소에서 발을 구르며 달려 나가는 개념 없음 정도는 적당히 이해하고 넘어갔다. 대부분이 어린 애들을 보며 중년다운 상상이나 부풀리는 샐러리맨이라 넘어갔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이 음흉한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비라는 년은 운중과 이야기하는 것에만 열을 올렸다.
“오늘은 여장한다며!”
“응? 뭐 그렇지.”
“와아! 오늘도 역시 직접 만든 옷이야? 뭔데? 좀 보여줘봐.”
“별로 대단할 건 없어.”
운중은 보따리 속에서 치렁치렁 늘어지는 드레스를 한 벌 꺼냈다. 몇날며칠에 걸쳐 정성스럽게 레이스를 박아 넣는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오를 법도 한데, 이 운중이란 놈은 별 거 아니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게다가 나비년이 깜짝 놀라며 눈이 휘둥그레지는 모습을 보고는 한 술 더 떠서, 어서 빨리 내게 대단하다는 말을 날려달라는 표정까지 지어보는 것이었다. 별로 관련 없는 주변 사람들조차 속으로 운중을 웃기는 놈이라고 비웃었지만, 이 꼬맹이는 뭐가 그리 대단해보이는지 연신 대단하다며 운중놈의 콧대를 높여주고 있었다. 이에 운중의 콧대가 하늘을 뚫을 기세로 높아지는 것이 눈에 선했다. 물론 이 둔해빠진 중딩년은 지 코앞에서 콧대가 치솟는데도 눈에 콩깍지를 발라놨는지 칭찬을 멈출 생각도 하지 않았다.
-계속
p.s. 요즘 이슈가 되는 문중이라는 분과는 별로 관계 없는 글입니다.
이거 거짓말 아닌거 다 아시죠?
p.s.2 삽화 그려주실 분 구하고 있습니다.
혹시 관심 있으시면 비밀덧글로 달아주세요.
# by | 2008/02/24 09:07 | 소설 | 트랙백(4)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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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참 잘쓰신다능..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