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 一

쓴 단문 중에 가장 좋아하는 글이긴 한데...

쩝...

계속 써야 하는데 안쓰고 있다.

어머니는 항상 말씀하셨다. 나도 날아야한다고. 인간으로 태어나서 날지 못하면 살아갈 수가 없다고, 내 귀가 닳아 없어질 정도로 얘기하셨다. 구박이라면 구박이고, 걱정이라면 걱정이고, 지랄이라면 지랄이다. 나에게는 하늘을 난다는 것 따위는 관심이 없었다. 내 나이 또래에 좀 난다싶은 녀석들이면 응당 폭주족이 되고, 건달이 되고, 깡패였다. 그들은 자신의 날개를 치장하기를 좋아했고, 그런 코드가 나와는 전혀 맞지 않았다. 나는 그냥 날개를 가지고도 땅에서 살아가는 그런 삶만 살면 된다고 생각했다. 날개를 치장할 필요도 없었고, 날개를 가꿀 필요도 없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내리기만 하면 될 그런 물건이었다. 존재 가치를 느낄 수 없으니 내게 있어서 날개는 주인을 잘못만난 불쌍한 날개이며, 주인을 원망할 날개였다.


나는 오늘도 하늘을 날아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땅위에 서있었다. 땅바닥의 감촉이 유난히 거칠게 느껴졌다. 발바닥을 붙이고 있기가 껄끄러웠다. 아마도 사람들이 말하는 사춘기일 것이다. 사춘기에 접어들면 누구나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것을 싫어하게 된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하늘을 날고 싶어진다고 했다. 나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었다. 발바닥의 감촉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날카롭게 느껴졌다. 더 이상 발바닥을 땅에 붙이고 있다가는 발이 닳아 없어져버릴 것만 같았다. 나는 고민했다. 그리고 결정했다. 발을 5분씩 교대로 땅에 대고 있기로 했다. 발바닥이 부서지는 것 보다 하늘을 나는 것이 싫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사실 깨달을 것도 없었는데, 당연히 하늘을 나는 게 가장 싫은 것이 당연했는데 말이다.


오른발을 땅에 대고 왼발을 쉬고 있을 때 내 머리위로 폭주족들이 지나갔다. 그들은 형형색색의 날개를 달고 내 위를 스쳐지나갔다. 나는 당황했다. 그들의 날개로 내 눈앞이 오색 빛으로 물들었다. 어지러웠다. 한쪽발로 서 있어 가뜩이나 중심을 잡기 힘든 상태에서 바람과 색깔이 나를 덮쳤다. 나는 결국 땅에 쓰러지고 말았다. 땅에 부딪힌 등이 쭈뼛거렸다. 아프다고 사정없이 나에게 화를 냈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두 발을 모두 쉬게 하려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어머니는 내게 너처럼 날기 싫어하는 녀석도 있지만, 날고 싶어도 날 수 없는 녀석도 있다고 했다. 자기가 원해도 할 수 없는 사람도 있는데 너는 어째서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느냐고 했다. 날고 싶어도 그게 불가능한 사람도 있다는 것 따윈 알고 있다. 나도, 어머니도 그들을 인정한다. 그런데 어째서 날 수 있어도 날지 않는 사람은 이해받지 못하는가. 어머니는 날고 싶다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이해하고, 날기 싫어하는 사람들의 입장은 이해하지 않는다. 어머니의 그 발언은 나에게 많은 실망을 안겨주었다.


갑자기 생각이 났다. 어째서 날고 싶어도 날 수 없는 사람들이 생각났을까.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굉장히 안타깝다. 슬프다. 될 수 있다면 내 날개라도 떼어주고 싶을 지경이다. 하지만 날개를 떼어내면 죽어버린다. 나는 죽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그들에게 내 날개를 줄 수는 없다. 어쨌든 별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들은 어차피 나와 같은 사람을 저주할 테니까 말이다. 날고 싶어도 날 수 없는 사람들은 날 수 있는데도 날지 않는 사람을 저주할거다. 지랄이다. 이런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지장은 없다. 날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에 지장은 없다. 목적지까진 걸어가면 그만이고, 그렇게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나의 날개가 가려웠다. 나는 날개를 긁었다. 깃털이 우수수 떨어졌다. 나는 화들짝 놀라 날개를 보았다. 날개에서 깃털이 모두 빠져나가고 있었다. 날지 않은 벌인가도 생각했다. 농담하지 말라고 해라. 날지 않는다고 벌이 내린다는 이야기 따위는 금시초문이다. 나는 내 날개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깃털이 빠진 자리에는 상처도 없었고, 맨들맨들한 피부만이 있었다. 내가 뽑혀나간 자리를 바라보는 와중에도 여기저기서 깃털이 빠졌다. 나는 날개를 관찰하는 것을 포기하고 고개를 돌렸다. 하늘을 바라보았다. 바쁜 직장인들이, 배달부가, 청소부가, 폭주족이, 깡패들이, 평범한 사람들이 날아다녔다. 역시 나는 날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냥 이대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내 주위에는 어느새 뽑혀나간 깃털로 뒤덮여 있었다. 바람이 약간 불자 그 깃털들이 날아올라 내 주위에서 춤을 추었다. 마치 나를 축복해주는 듯 했다. 나는 모든 깃털이 빠져버린 날개를 들었다. 하얀 피부가 드러난 날개를 보았다. 나는 너무나도 놀라 까무러칠 뻔했다. 나의 날개 끝자락에서 다섯 개의 길고 가느다란 부분이 꿈틀대고 있었다. 깃털로 뒤덮여있어서 몰랐을 뿐인지, 깃털이 뽑히면서 생긴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나는 그것들을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정말로 신기했다. 생소했다. 그 누구도 이런 부분이 자신에게 달려있는 줄은 모를 것이다. 나는 그것을 움직였다. 내 의지대로 움직였다. 돌멩이를 붙잡을 수도 있었고, 나무를 잡을 수도 있었고, 내 몸을 잡을 수도 있었고, 지나는 바람을 움켜잡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그런 것 따윈 아무래도 좋았다. 나는 하늘을 나는 사람들과는 전혀 달라져 있었다. 그들은 오로지 하늘을 날기만 했다. 무언가 자신이 움켜잡아본 적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할 수 있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잡을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잡을 수 있었다. 이것은 날고 싶어 하지 않는 나에게 신이 주신 선물일 것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땅위에서 살도록 배려해준 것일 것이다. 나는 행복했다. 발바닥을 땅에 붙이고 섰지만 아프지 않았다. 나는 즐거웠다. 춤을 추었다. 새하얀 나의 깃털 없는 날개가 흔들리며 허공을 갈랐다. 아름답게, 공중을 탐했다. 나는 내 멋진 날개를 끌어안고 행복에 겨워 언제까지고 땅위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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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스나힐 | 2008/02/18 21:25 | 소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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