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neske - SIR / Queen .2


Queen .2

한 가문이 국가에 미칠 수 있는 힘이 약해진 지금 로나(로나)가문 또한 예전의 힘을 잃어버려서, 마치 모래 위에 올려놓은 성 같은 상태였다. 그들의 권세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태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전성기 때는 수십에 달하던 후계자도 하나밖에 남지 않았고, 그들의 재산도 정부의 복지정책에 따라 부과되는 막대한 양의 재산세로 인해 시시각각 바닥을 향해 깎여 내려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더 이상 돈을 벌어들일 여력이 없는 상황에도 무자비하게 부과되는 세금에 당황하여 정부에 여러 가지로 손을 쓸 방법을 간구했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밖에 남지 않은 후계자마저도 실종되고 말았다. 로나가문의 저택 전체가 어수선한 분위기로 둔갑했고, 그들은 그들의 남은 재산을 전부 동원해서라도 후계자를 찾아낼 방법을 간구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후계자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네.”

머리를 단정하게 뒤로 넘긴 사내가 말했다. 살짝 아래로 내려쓴 검은색 뿔테 안경이 없어도 충분히 지적으로 보이는 그는 세토로스타 로나(Setorosta Rona), 로나가문의 현 당주였다.

“자식 따위야 다시 낳으면 그만이야. 문제는 이번 일이 재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 가지.”

그의 멍청한 부모는 아무런 힘도 가지지 못하고 가문을 유지하는 것에만 급급하다가 쓰러져가는 가문을 그에게 물려주고 세상을 떠났지만, 그는 부모를 원망하거나 쓰레기취급 하지 않았다. 하지만 좋아하지도 않았다. 그에게서 부모는 언제나 타인, 그들은 그들이고 자신은 자신이었다. 마찬가지로 그는 자신의 후계자 헤르모트 로나 즉, 자신의 아들에게도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로나가문뿐이었다. 아들이 실종된 지금도 그는 가문만을 생각하며 행동하고 있었다. 이번 일로 인해 소모될 돈, 시간, 모든 것이 로나가문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그 아이는 당신 아이란 말이에요!”

자기 자식에게 무심하기 그지없는 세토로스타의 사무적인 말투에 평소 고분고분하던 그의 아내는 드디어 화를 냈다. 그녀는 약간 놀란 것 같은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그 아이는 제 아이기도 하지만 당신 아이기도 하단 말이에요. 그 아이를 키울 의무는 제게도 있지만 당신에게도 있어요. 당신이 가문의 일을 얼마나 생각하는지는 잘 알고 있지만 더 이상 헤르모트에게 무관심한 건 정말 참을 수가 없네요.”

당주의 아내 네고타 로나(Negota Rona)는 평소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고 일에만 열중하는 세토로스타의 모습이 항상 불만이었다.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을 기회로 그에 대해 불만이었던 것을 거침없이 풀어놓고 있었다.

“헤르모트와 놀아주지도 않고, 여행도 가지 않고, 서재에 처박혀서 일만 하고 앉았잖아요. 그 애 기분은 생각해주지도 않고 언제나 가문의 유지만을 위해서 살았잖아요. 애가 실종됐어요. 정말이지 당신이란 사람은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마저 애한테 무관심…….”

당주는 어느새 본래의 침착한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오히려 전보다 더 차가워진 눈빛으로 노려보는 탓에 네고타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맞은편에 서서 자신에게 열변을 토하던 아내에게 다가갔다.

“너, 더 이상은 짜증난다.”

그가 네고타의 턱을 부여잡고 말했다. 그의 손힘은 웬만한 장정들보다 강해서 당연하게도 여자의 힘으로는 그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었다.

“만약 누군가의 유괴라고 해도, 그 정도의 일도 제힘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녀석이라면 당주 자리를 이을 수 없어. 유괴가 아니라 가출이라고 해도. 책임감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녀석은 내 자리를 이을 수 없는 거야. 이 자리는 장난이 아니다. 유약한 녀석은 발을 딛고 서있기조차 힘든 곳이야. 정부와의 뒷손부터 집안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거지에조차 신경을 써야해.”

“헤...헤르모트는 아직 13살 밖에……. 안됐다고요.”

자신의 턱을 부여잡은 손을 풀기위해 안간힘을 쓰던 네고타가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그 정도의 사실은 자신의 사상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듯, 표정하나 바뀌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

“그래서? 나는 이미 7세 때 로나가문의 더러운 일면까지 알고 부모님을 도왔다. 나이가 무슨 상관이란거지?”

“너무해요 당신……. 정말로 헤르모트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단 말인가요?”

“물론, 이 일로 가문의 돈을 쏟아 붓느니 차라리 그편이 낫지.”

“당신은 정말로 악마 같은 사람이군요!”

세토로스타는 손아귀의 힘을 풀었다.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그의 아내는 발갛게 부어오른 턱 주변을 손으로 감싼 채 흐느꼈다. 그런 그녀에게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않은 채 세토로스타는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가 계속 업무를 처리해나갔다.

“참고로 말하자면, 악마 따위는 이 세상에 없어. 이 세상에서 그것과 견줄 수 있는 것은 그저 돈과 적들뿐이다.”

그의 중얼거림에 네고타는 울음을 멈추고 벌떡 일어났다.

“알았어요. 이제 당신에게 부탁하지 않을 테니까 보던 일이나 계속 보도록 하세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서재의 문을 세게 열어젖히고 나가버렸다. 충격을 버티지 못한 낡아빠진 목재 문짝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과 접촉했다. 당주는 문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지도 않은 채로 뒤쪽에 있던 장부를 꺼내 글씨를 휘갈겨 적었다.

목재 문 ― 10160Q

"저기, 괜찮으십니까?"

언제 나타났는지 깔끔한 차림새의 집사가 나타나 당주의 안부를 물었다. 희끗희끗한 머리가 드문드문 보이는 인자한 모습의 중년, 로나가문의 두 번째 집사인 오투아 네스탄테(Otua Nestante)는 떨어져버린 문을 잠시 바라보다 자신의 주인에게로 다가갔다.

“마님께서 급히 달려 나가시던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요?”

그는 정중한 말투로 주인에게 물었다. 세토로스타는 계속해서 글씨가 빽빽이 쓰인 문서만을 보며 대답했다.

“아니, 별일 없었네.”

“그렇군요. 그럼 문 수리를 준비하기 위해서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집사는 정중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 뒤 몸을 돌렸다. 그가 발을 떼려는 순간 당주가 그를 불러 세웠다.

“잠깐.”

집사가 몸을 돌려 주인을 향했다. 그는 차렷 자세로 세토로스타의 말을 기다렸다. 잠시 뒤 세토로스타가 고개를 들어 집사를 바라보았다. 살기등등한 눈에도 한 치 흐트러짐 없이 서 있는 집사에게, 그는 문을 수리하는 것 외의 일을 맡겼다.

“지금 이 상황의 원흉을 조사해봐.”

집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세토로스타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씀이신지?”

“내 아들을 납치한 놈이 누군지 알아보라는 말이네.”

아들이 아니라 아들을 납치한 범인을 찾으라는 아버지의 말을 듣지 못한 채로 네고타는 정신없이 서재를 나와 곧바로 저택을 빠져나왔다. 이미 남편에 대한 안 좋은 감정들은 이미 잊었다.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아까와 같은 반응을 보일 것도 알고 있었다. 세토로스타는 20년 남짓 같이 살아오면서 항상 주변의 일에 무관심했다. 언제나 가문의 일만을 챙겼고, 평소 자신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일에 방해가 된다며 방조차도 따로 사용했고, 단란하게 식사를 한다는 건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그런 그가 유일하게 적극적으로 행했던 것은 그의 아내와의 성행위뿐이었다. 따지고 보면 그것은 자신의 대를 이을 아이를 만들기 위함이었고, 그 행위 자체에 관심을 가진 것이지 네고타에 대한 관심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녀가 아이를 가진 후에는 다시금 낮이건 밤이건 일에만 매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관심은 오로지 가문과 일에만 치우쳐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 항상 관심을 원하고 관심을 가졌던 네고타는 드디어 그에게 관심 받고 싶어 하고, 관심가지는 일을 그만두었다. 지금 그녀의 관심은 오로지 자신의 아이에게만 향해있었다. 실종된 아이를 찾겠다는 일념만으로 그녀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을 채 무일푼으로 바깥을 향한 것이다.

by 로스나힐 | 2008/02/13 03:21 | └ Craneske/SIR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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